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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홈런, 남의 가을 잔치를 보다가

by 2021S 2019. 10. 8.

어제 키움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면서. “아 나도 야구장에서 기사 썼으면”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물론 현장 가면 마감 시간에 쫓겨 심장 바운스 바운스하니 고민, 걱정, 긴장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기자는 현장이다. 


아쉬운 대로 TV로 야구를 보고 있다. 담당팀이 아니라서 관람자 입장으로 느긋하게 야구 자체를 즐기고는 있다. 오히려 현장에 있으면 시야가 더 좁아진다. 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라.


관람자일 때 야구 보는 재미는 더 있다. 
1차전에서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이 나온 순간. 우왁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고. 이어 나는 기자들 마감 걱정을 하고 있었다. 
기사도 쓰고 인터뷰도 해야 하고. 그래도 기사 쓰기에는 확실한 내용이 있어서. 


어제도 슬슬 야구를 보는데. 분위기가 묘하게 키움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박병호가 타석에 서는 순간 그냥 넘길 것 같았다.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은 했어도 막상 방망이가 돌아가니 우와 갔다갔다하면서 악을 질렀다. 오늘도 끝내기 각이구나라면서 마감 부담 없는, 다른 집 경기를 보고 있으니. 아 야구 재미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야구가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다. 
공 하나하나에 경우의 수도 많고, 공 하나하나에 수많은 움직임이 나온다.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고.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그런 승부, 복잡하고 어려워서 재미있다 .


그리고 경기를 한 번에 뒤집어 버리는 한방이 있어서 좋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했던가. 극적인 순간에는 항상 홈런이 있다. 역시 박병호를 외쳤던 두 경기. 
KIA의 올 시즌은 그래서 재미가 없었을까? 

한방을 넘겨버릴 수 있는 타자가 들어설 때의 긴장감, 승부는 더 흥미롭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KIA 선수들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뭔가 가장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는 이범호였던 것 같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는. 만루에서는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던 이범호.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만루 상황이 되면서 자신감이 생기더라는 이범호. 허술한 비디오 판독으로 홈런 하나를 손해 보고 은퇴를 했다. (챔필 샌드파크 위 안전 그물망을 맞고 공이 뛰었는데 그걸 중계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했다 ㅠ.ㅠ )

 

 


최형우는 스스로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렇다고 홈런을 안 치는 선수는 아니다. 통산 홈런 302개. 데뷔 해부터 시작한 카운트도 아닌데 말이다. 
이상하게도, 결정적인 순간 최형우가 서 있으면 뭔가는 해줄 것 같은데 홈런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홈런 기대감 상위권에 나지완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래저래 좋지 못했다. 이범호까지 떠났고, 동기 김주형도 야구를 놓게 되면서. 더 귀해진 우타거포. 

올해도 장타력에 끙끙거렸는데, 사실 내년도 딱히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죽으나 사나 나지완에 대한 기대감을 접을 수 없는 이유. 


준플레이오프 감상 소감을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길이 길어졌다. 결론은 없다. 결정적인 홈런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바람 정도?
이제 3차전은 잠실로 간다. 넓은 잠실에서는 어떤 게 결과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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