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 : 어제 한국시리즈 봤어요?
김선수 : 네 중간중간
김기자 : 마지막 순간 봤어요? 저는 미트에만 눈길이 가더라고요
김선수 : 의지 형은 끝까지 공을 쥐고 있더라고요. 나는 저걸 패대기쳤는데..
정말 야무지게 미트 그대로 바닥에 던지고, 공은 어어어하면서 굴러다녔다 ㅋㅋㅋㅋㅋ
잡았다. 끝났다. 이겼다. 우승이다.
그 순간에 김민식은 이 생각만 했다고 한다.
우승공이고 뭐고 생각 할 여유가 어디 있겠나. 처음 주전하고 큰 무대에서 상상도 못 했던 우승을 했는데.
그것도 9회말 2사 만루였다ㅋ.
우승 세리머니하고 정신이 돌아온 뒤 진행된 인터뷰.
김기자 : 우승공 어디있어요?
김선수 : ????????????
김기자 : (옆에 있던 프런트를 향해) 우승공 어디있어요?
프런트 : ????????????
사람들 : !!!!!!!!!!!!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 순간에도 아주 침착하게 움직인 이가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공 챙기기 전문이었다는 이동건이 김민식을 유심히 보다가 냅다 공을 챙겼다.
그리고 공도 차분하게 다음날 넘겼다. 당일 날은 다들 정신을 놓고 있을 것 같았다나.
정말 성실하고 세심한 사람이다.
마무리캠프 기간 가장 열심히 뛰는 사람이기도 했다.
관중석을 오르내리면서 개인 운동을 했던 수석코치님도 저기 봐라, 말 안 해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다 알게 된다고 경기장을 뛰던 이동건을 가리켰다.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고, 말도 제법 늘었단다.
당시 우승공 기사 ㅎ
다시 김민식으로 돌아와서.
올해는 표정이 편해 보였다.
2017년, 생각하지 못했던 정상에 올랐다. 빛이 밝았던 만큼 2018년의 그림자가 길었다.
맘대로 되지 않던 지난해 스스로 만들어놓은 벽에 갇혔다.
올 시즌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는 김민식. 한 경기, 한 타석을 생각하고 고맙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을 보냈단다.
완전하게 달라진 마무리캠프 시스템. 낯선 시스템이지만 기대감을 가지고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다시 또 그 순간을 맞게 된다면?
“공 잘 들고 있겠다”라면서 웃었다.
NC의 우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KIA 담당기자를 하면서 두 번의 우승을 봤는데 신기루 같던 우승이었다.
생각하지 못하게 ‘우주의 기운이 모인’ 듯 우승을 했고. 바로 다시 후퇴, 정체의 길을 갔다.
결국 그 자리. 바뀌지 않으니 바뀌지 않는다. 꾸준한 강팀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KIA.
스포츠기자인데 다시 또 사회부기자 모드로 살고 있다. 무슨 레퍼토리도 아니고.
야구가 야구이면 좋겠다. 야구도시 광주의 야구기자라, 아닌 건 아니라서 대충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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