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거즈

꿈이 익어가는 시간

by 2021S 2010. 12. 23.


하루에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사는 직업.

관리해야 하는 선수들 한 두명도 아니고.

편견 없이 선수들을 보고 최대한 많은 이들의 얘기를 듣자.. 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나도 인간이라 .. 살갑게 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수들에게 더 눈길이 가고 편하게 대해진다.

아니면 어떤 계기로 순간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보면 한기주라는 선수는 흠.. 독특한 케이스다.

KIA의 주축 선수지만 지난 3시즌 동안 특별하게 따로 차분차분 얘기를 나누거나 별도의 인터뷰 시간을 갖은 적이 없다.

그런다고 해서 한기주의 기사를 쓰지 않은 것도 아니고 얘기를 듣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내 블로그에도 꽤 자주 등장한 캐릭터다.

내년은 토끼해. 토끼띠인 한기주 당연히 관심이 쏠린다. 여기저기 요청들이 들어와서 오늘 기자회견 비슷하게 한기주 인터뷰가 진행됐다.

차분차분 야구얘기도 묻고, 개인적인 것도 묻고.. 그렇게 앉아있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휙휙 지나갔다. 왜 .. 그랬을까? 왜 한기주는 가깝고도 멀었던 선수였을까라는 생각도 휙휙.

특급 마무리로도 뛰고 계속된 부진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 한기주는 이런저런 상황속에 다른 선수들에 가려져 있었던 것도 같다.


요 며칠 한기주 때문에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다.

며칠 전 밤 늦은 시간에 지인으로부터 한기주 싫어하느냐는 카톡문자를 받았다.

어떤 행사가 끝나고 야구팬들하고 갖은 만남의 자리에서 우연히 내 이름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KIA팬 분이 .. 내가 한기주를 싫어한다고 (진지하게)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분이고 현장에서도 뵙는 인연이라..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해오신 거다.

내 글을 쭉 봐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이유도 없고.

종종 기자체면 무시하고.. 한기주 보면 ..  기주야~라고 뛰어가는 나다.  ㅡㅡ;;;

아니라고 변명(?)을 해 놓고 곰곰이 앉아 생각해보는데 .. 알쏭달쏭 복잡했다. 그러면서 기자로서 이 선수에게는 조금 소홀한 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했고. 한편으로는 한기주도 팬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소심한 A형 답게.. ‘그래 저번에 한기주가 뚱한 표정이었는데. 인사할 때 별로 반가워 하지 않는 것도 같아..’등등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한기주 인터뷰가 잡혔다.

인터뷰 시간에 앞서 한기주와 미리 얘기도 할 겸 재활조를 찾아 나섰다.

외야에서 러닝을 하고 있는 선수들......... 한기주도 있다.

슬쩍 .. 한기주에게 나 싫어하느냐고 물었다.

숨고르고 있던 한기주 .. 돌발 뜬금 질문에 해맑게 웃는다. 상황을 아는 홍코치도 옆에서 씩 웃는다.

소심한 A형.. 속으로 아.. 한기주가 웃는다. 다행이다....

그러면서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이러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 소심하고 철없는 기자.

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한기주는 ‘정말 나 싫어하는 거 아니냐’면서 장난이다.

.... 오해(?)를 풀고 인터뷰에 돌입.



재활 잘하다가 어려운 시기를 겪은 한기주. 그래도 마음이 편해졌는지 .. 차분하게 대답하고.. 농담도 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얘기 나오면 싱글싱글 웃는데 .. 지난 몇 년 동안 본 웃음보다 더 많은 웃음을 보였다.

뚱한 표정도 풀고 눈도 반짝반짝 빛내면서. 딱 87년생 다운 한기주를 오늘에서야 봤다.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때로는 그대로 그냥 주저앉아버리기도 하고. 얼마나 오래 좋은 시기를 보내느냐가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비록 마운드에 서있지는 않지만 야구 선수 한기주는 .. 조용히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한마디를 요청했더니.. 나 기다려주시는 팬들 없는 것 같은데 라면서 씩.. 웃던 한기주.

최근 한기주 다운 모습을 보일 기회도 없었고... 한기주가 불 같은 카리스마를 가졌거나 샤방샤방 애교있는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열정적으로 한기주 한기주를 외치는 팬은 적은 것 같다. 하지만 한기주에게는 자식같은 심정으로 묵묵히 지켜보는 팬들이 많은 것 같다.

아저씨팬들도 많고. 한기주에게도 얘기했지만 아무래도 고등학교때 씩씩했던 한기주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모습에 반한 팬들이 많기 때문인 것도 같다.

올해 못 보여드렸던 것 내년에는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데 당장은 아니다.

열심히 달리던 한기주 브레이크가 걸려서 주춤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맞고 실패하는 그 과정까지도 감사히 생각하면서 너무나도 간절했던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

3일 괌에 들어가는 재활조.. 한기주의 합류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찌됐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주!!

728x90
반응형

'타이거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북이 장가간 날 (박기남 결혼식)  (3) 2010.12.26
메리크리스마스!!  (10) 2010.12.24
꿈의 구장  (21) 2010.12.22
밀린 사진 업데이트  (18) 2010.12.12
선행 어린이  (18)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