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그라운드에서 마주치는 이들과의 대화는 "시간 참 빠르다"로 시작한다.
정말 빠르다. 광주에서 39년 만의 우승이라고 정신없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일본 오키나와 마캠을 다녀왔고, 미국 어바인을 다녀왔고, 다시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사실 캠프 시작하면 시즌 시작이나 다름 없기는 하다. 그리고 시즌 시작하면 곧 시즌이 끝난다.
신기한 그라운드의 시계다.
올해는 개막을 하는 게 참 그랬다. 12월 많은 일이 있었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겨우 일을 했고, 버텼다.
이미 바쁘고 힘들었지만, 진짜 이제는 시작이고 숨 가쁘게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했다. 대충은 하기 싫고 몸도 마음도 더 빠쁠 것이고.
그리고 괜히 그랬다. 시범경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라운드를 보면서도 괜찮았다. 덕아웃을 보면서도 괜찮았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그냥 괜찮았다. 시범경기니까.
그런데 진짜 시즌이 시작된다고 하니까 생각이 났다. "안녕하시니꽈"를 외치면서 덕아웃에 들어올 것 같고 기자실에 앉아있을 것 같고.
사건 기자 때부터 시작된 인연, 야구 기자로 같이 경쟁도 하고 즐겁게 현장도 누비고. 기자와 홍보팀으로도 쭉 인연을 이어온 사람이다. 둘 다 일 욕심이 많아서 좋은 라이벌이었고, 세심하게 챙기던 벗이었다. 결혼하고 그 바쁜 상황에서도 감사하다고 선물을 보내던 사람. 아들 경기장 놀러 왔을 때 용돈이라고 5만 원을 쥐어주니 너무 많다고 손사래를 치더니만. "저희 아들이 용돈 감사하다며 기프티콘을 보냅니다"라면서 기프티콘을 보내던 사람. 물론 윤우가 말도 못 하고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때일 것이다.
기자 김여울의 삶에 항상 있던 사람.
그 사람이 없다. 다시 홍보팀으로 복귀하게 된 시즌인데. 없다.
개막 전날 함평 챌린저스 필드 다녀오는 길에 추모관에 다녀왔다. KIA 옷을 입고, KIA 시계를 차고 아내와 아이와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KIA 바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결국 눈물이 터졌다. 덕아웃에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지난해 사수라고 늘 옆에 데리고 있던 마케팅팀 막내가 혼자 있다. 늘 하던 업무 그대로 공과 매직을 들고 수훈선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혼자다.
올해는 홍보팀으로 복귀했으니까 수훈 선수 붙잡고 동선 정리하고 있었을 테지만. 아무튼 없다.
막내랑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KIA가 이겨서 우는 줄 알겠다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겠다면서 둘이 울었다.
야구장에서 자랐다시피 한 나라서. 타이거즈 야구를 보면서 컸고, 오랜 시간 출입을 하고 있지만. 팬심은 거의 빼고 기자로 보고 일을 해왔다.
이기면 이긴 것이고 지면 진 것인. 그래야 내가 일을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올해만은 팬심으로 KIA 우승을 응원하고 싶다. 그래서 시즌이 끝난 뒤 꼭 쓰고 싶은 게 있다. 그렇게라도 기억해주고 싶고, 위로해 주고 싶고.
누구보다 간절하게 우승을 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 그 마음을 시즌이 끝난 뒤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립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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