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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손토끼

by 2021S 2011. 1. 11.


기술적인 부분 이런 걸 떠나서 KIA에서 가장 좋아하는 투구폼을 꼽으라고 한다면..

손영민의 투구폼.

전지훈련 연습경기 사진 정리하다가도 가끔 넋놓고 보는 사진의 주인공이 손영민이다. 아.. . 폼을 보고 그런다는 것이다.

마운드위 시크한 표정도 그렇고.... 로페즈보다 더 까만 선수가 어디 쳐보세요 라면서 공을 던지는 걸 보면 손영민 투수하기 참 잘했어요~ 라는 생각이.


한국시리즈때... 덕아웃에서 얘기를 하는데.

본인은 마운드에서 크게 긴장하거나 피하는 성격은 아니란다. 앞선 등판에서도 긴장은 안 했는데 타자들이 공을 치니까 힘도 들어가고 오기도 생기고. 그래서 쳐봐쳐봐 하면서 던졌는데 그걸 진짜 쳐버리데요~하면서 쓱 웃던 모습. 그게 기억에 남아있다.

모 선수가 KIA 최고의 몸매라고 극찬했던 손영민.. 지난해 ‘언더돼지’가 되고 말았다. 언더돼지 얘기 듣고 엄청 웃었는데.. ㅎ

어? 어.. 어? 어.. 어... 어? 하는 사이 손영민이 불어있었다. 얼굴도 까맣고.. 배도 통통하니 어느 순간 손영민만 보면 보라돌이~ 하면서 노래가 나왔다.

그리고 공도 들쑥날쑥. 2010년에는 마운드에서 당혹 또는 곤욕스러워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본인이 분석한 패인은.. 마인드.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실수와 부진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 그래서 정신적으로 흔들렸다는 것이다. 옆에서 봐도 2009년의 손영민과 2010년의 손영민은 달라 보였다.

2010년의 손영민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모르고 팽그르르 도는 느낌이었다. 뚜렷한 목표도 얘기하지 못하고 가라앉으면서 자기관리에도 실패했다.

10월 휴가 막바지 손영민은 뒤뚱뒤뚱 거리며 스스로 경기장에 나왔다. 이강철 코치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힌 다음날. 그리고 홀로 트랙을 돌면서 2011년을 시작했다.

마무리캠프에서 돌아온 손영민은 많이 날렵해져있었다. 7㎏정도 살을 뺐다며.. 王자도 곧 생기려 하다면서 언더 셔츠를 주섬주섬 .. ㅡㅡ;;

달라진 몸매만큼 공에도 변화가 생겼다.


오늘도 조범현 감독이 우선적으로 꼽은 선수가 곽정철과 손영민이었다. 두 선수 자신의 공을 찾았다는 평가다.

손영민은 자신의 공을 찾은 것에 플러스 업그레이드도 했다.

지난해 손영민 덕분에 경기 도중 종종 웃기도 했었다. 손영민이 한 번씩 던져댔던 전광판에도 찍히지 않는 초 슬로우 커브. 공이 스물~스물~ 밀려오는 것이 그렇게 웃겼다. 던지는 본인도 씩 한 번 웃고.

올해는 슬로우커브 대신 고속커브다.

마무리캠프에서 커브그립을 바꿨다. 영업비밀인가?? 구체적인 그립 설명은 생략하고.. 아무튼 이강철 코치의 지도로 그립 변화를 줬다.

커브 비법을 전수한 이 코치도 예전 자신의 커브를 보는 것 같다면서 흐뭇. 싱커 각도 살벌해졌다는 평가다.

얼마 전에 .. 올해 KIA 마운드 키는 누가 쥐고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곽정철, 손영민입니다라고 대답했었는데.. 코칭스태프의 기대와 만족감이 높다.

그래도 이제 겨우 시작이다. 스프링캠프라는 고비를 넘기고 시범경기를 치러야.. 그리고 진짜 무대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예년에 비해 연습경기도 빨리 시작하고, 더 많이 한다고 하는데 ..아 보고 싶다. 명품커브!

참 손영민 토끼띠다. 토끼해의 손토끼.

겉모습은 흠.. 토끼과는 아니지만 귀여운 구석이 많은 동생이기도 하다.

큰 키에 까만 얼굴, 도도한 표정. 그리고 한쪽 입꼬리만 슬쩍 올려서 웃는 웃음. 거기에 음 목소리까지.. 처음에는 과묵하고 까칠한 선수라 생각해 쉽게 접근을 못했었다.

그런데 손영민은 한 번 옆구리 찌르면 느릿느릿 충청도 억양으로 재잘재잘 말을 늘어놓고, 손영민식의 애교도 가지고 있는 손토끼였다.

엊그제 일일 호프에서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열심히 서빙을 하던 손영민.

2011년 마운드에서..  식은땀은 조금만 흘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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