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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나.지.완.

by 2021S 2011. 1. 7.


어제 타자로 기사하나 만들어 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누구를 써볼까하면서 달려 무등경기장 도착.

경기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마자 눈 앞에 하얗고 거대한 ... 나지완이 성큼성큼. 팀 트레이닝복이 아니라.. 하얀 .. 어디에서도 눈에 띌 흰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마무리캠프때 기사를 안 썼던터라,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훈련 끝나고 여권 발급 일로 북구청에 가는 길이란다.

그래서 나지완 선수님과의 동행 인터뷰가 진행됐다. 2009 스토브리그때는 밥상 인터뷰가 있었는데.. 이런게 비시즌의 여유이자 재미다.

일 끝나고... 차분하게 얘기를 나누기 위해 전대 후문 커피숍으로 이동하는데 거구의 선수가 하얀 트레이닝복을 입고 뒷짐까지 진 채 걸어다니니.. 지나가던 학생들 .. 마을 이장님 대하듯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다.




애정의 나비, 애증의 나비가 됐다.

(나지완, 하동균의 나비야 노래를 따라 나비야 나비야 하다가 낄낄 웃었다)


나지완이 대뜸 “누나도 울었어?”라고 물었다. 2009 한국시리즈 끝났을 때를 묻는 것이다.

길을 가다 알아보는 아저씨들이 한국시리즈때 많이들 울었노라고 말씀들을 하신다고 하면서.

물론 기자인 .. 나.. 울지 않았다. ㅡㅡ;;

기자가 아닌 KIA 팬으로 봤다면 조금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기자들 울지는 않았다.. ㅎ

거기에 다 큰 선수님들이 어찌나 서럽게들 울던지 기자들 어색해 하며 수고했다고 선수들 등이나 겨우 두드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 대신 2009년의 마지막 공이 외야로 사라지는 순간.. 아니 나지완이 휘두른 방망이에 공이 맞은 순간 대부분의 기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었다.

‘끝났다. 어서 그라운드 내려가서 상황 스케치하고 인터뷰하자’라는 생각들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만큼 극적인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 끝내기 한방은 마법과도 같았다. 잠실이 그냥 흐느꼈다고 할까.

나지완의 야구인생이 앞으로 어느 곡선을 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야구 역사에 영원히 이름은 남겼다.

그런데 한국시리즈의 달콤한 기억은 나지완의 2010년에 덫이 되고 말았다.

본인이 말하는 건방, 조금 순하게 표현하자면 자만.

자만심과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으로 심하게 흔들렸고 추락했다.

시작은 좋았었다. 스프링캠프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나지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좋을 때 좋은 모습만으로 사람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 좋을 때 큰 위기를 겪으면서 사람은 더 많이 성장한다.

하지만 나지완은 큰 위기에서 그대로 무너졌다. 그리고 애정의 나비가 애증의 나비가 되고 말았다.

무릎부상까지 오면서 2010년은 조용히 사라졌다.

2010년의 고비를 잘 넘겼더라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후회, 아쉬움을 뒤로하고 2011년을 준비하고 있다.


세밀하고 차분한 성격의 야구 선수가 있고, 거침없고 천연덕스러운 성격의 야구 선수가 있다.

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는 것처럼, 성격에도 일장일단이 있다.

나지완은 후자다. 거침없이 달려서 냉정하고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게 지나쳐서 세밀함과 여유로움을 잃었다.

나중에 2009년 한국시리즈때 끝내기 홈런을 쳤던 어느 선수로 기억될지 아니면 KIA를 대표하는 거포 나지완으로 기억될지는 2011년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KIA에게도 그렇고 야구선수 나지완에게도 2011년은 그만큼 중요하다.

지난해를 반성하고 실패의 원인을 알고 있는 만큼 .. 유리한 고지에는 서있다.  

예비역 김주형과는 불가분의 라이벌 관계.

동갑내기 친구니까 잘했으면 좋겠다지만... 2008년보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여기에 같은 포지션에서는..  가능성으로 무장한 신종길, 김다원, 최훈락, 이영수. 노련함에서 앞서는 이용규, 김원섭, 이종범, 채종범이 있다.

욕심도 많고 독한, 나지완. 캠프에서 스트라이드 폭을 줄이고 발 드는 것도 조금 낮췄다. 정교함을 더하기 위한 선택. 손바닥에도 굳은 살이 내려앉았다.

귀국 후 몸이 조금 불기는 했지만 마무리 캠프에서 살도 뺐다. 아.. 그렇지만 좁은 주차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차를 탈 수 있는 정도의 몸매는 아니다. ㅎ

어제 경기장에서 만났을 때..  나지완이 차에 트렁크에 짐을 실은 후 당황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보니 안영명의 애마가 나지완의 차 운전석 옆에 딱 붙어서 주차가 되어 있다. 영명이형 이렇게 주차를 해놓으면 어떡하느냐고 웃던 나지완. 신인 시절 날렵하던 나지완도 도저히 엄두를 못 낼 좁은 틈.

옆에 있던 김기자... 결국 김기사가 됐다.



2008년부터 프로야구 출입을 한 나에게 나지완은 .. 야구 동기다.

어리버리 신인 시절, 어리버리 야구기자.

같은 시간 동안.. 성장하고 좌절도 하고 울고 또 웃고 그래서 그런지.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든 동생 같은 선수다.


지난해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지만, 철이 조금은 더 든..  그리고 더 들어야 하는 .. 나지완의 2011년 기대된다.





안치홍의 증명사진에 이은..
나지완의 증명사진 공개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29432600041928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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