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속 우천취소.
어제는 반신반의였고 오늘은 무조건 취소라고 봤는데. 어느새 관중이 입장하고, 그라운드 정비가 진행.
그러다가 취소.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우천취소 과정 자체도 그랬지만 선수들의 팬서비스도 부족했다.
심판이 손으로 경기 취소를 알리는 X를 표시하자 기자실이 웅성웅성. 잠깐 얘기를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새 덕아웃이 비었다.
비옷을 챙겨입고 우산을 들고 있던 팬들 중에 아쉬운 듯 한참 자리에서 앉아있던 이도 있었는데. 휘리릭 떠나버린 선수들을 보니..
경기 준비까지 다했고, 팬들까지 입장한 상황.
우천 세러모니까지는 아니어도, 비가 오는데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잠깐 인사할 시간이 없는지 괜히 내가 다 아쉬웠다.
평소에도 그렇게 정성스럽게 인사를 하는 편이 아니라 더 그런 생각이..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최고의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의 당연한 역할이자 의무다. ‘프로’선수니까 해야하는 역할과 의무가 더 있다. 그게 진심이 담긴 거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세련미가 더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노트북 켠 김에 비에 젖은 이야기 업뎃.
2014년 8월17일. 이날 우리는 아무도, 4일 동안 하늘만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콘코스가 무엇인가 했더니. 러닝장이네.
콘코스를 달리고 그라운드로 내려간 선수들. 빗속의 펑고.
빗속의 훈련은 4일 동안 계속됐다.
어제부터 슬슬 지겨움이 얼굴에 붙기시작하던 선수들.
그나마 어제는 날씨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2시 조금 넘어서 경기장을 갔는데 선수들이 이미 방망이를 치고 있다. 2시면 얼리조 선수들이나 하나 둘 보일 시간인데.
그리고 특타조라고 하기에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이 많고 또 베테랑들이다. 이범호 이대형 김주찬 김민우 차일목.
거기에 구경꾼 송은범.
이제는 기상 전문가가 된 KIA 선수단. 비구름이 오는 시점을 파악해 비가 오기 전에 방망이 휘둘러보겠다며 서두른 것이다.
송은범은 덕아웃에 앉아서 타자들 배팅하는 걸 보면서 배 놓아라 감 놓아라.
도대체 거기서 뭘하고 있느냐는 타박에 “전력분석원”이라며 송은범의 너스레가 시작됐다.
김민우를 보면서 밸런스가 좋다면서 감탄.
김민우는 하체 밸런스에 이어 상체 밸런스가 맞으니까 이제 내일 정도면 다 맞을 거라면서 감 올라온다고 싱글싱글.
주변 반응은 “그래봤자 내일 비 온다.”
김주찬은 “그런데 꼭 비오는 날 잘 치는 사람이 있다”고 웃는다.
이범호도 이제 좀 감이 올 것 같다고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전력분석원 송은범이 전력 조언에 나선다. “경기 때 주찬이 형 방망이 가지고 치세요.”
기를 받기 위해 선수들 방망이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범호에게는 통하지 않은 모양.
“이미 들고 나가봤는데. 오히려 기를 뺏기는 것 같아.”
그렇게 한 동안 경로당 같은 분위기의 대화가 오가면서 특타가 진행됐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나이 얘기가 나왔다.
홍세완 코치였던가.. 송은범이 형형 거리는 것이 신기(?)했는지 나이를 물어보곤 놀란다.
대표팀에서도 보였고 여기저기서 많이 보여서 연륜이 있어보였다는 게 놀람의 이유.
동기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다가 그럼 김진우가 형이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송은범 허탈하게 웃으면서 작년에도 코치님들이 진우나 후배들 잘못하고 그러면 뭐라고 하라고 그랬다고 얘기를 한다.
제가 동생인데요라고 했더니 놀라더라면서.
왜 그러지라며 고개를 갸우뚱.
그런데 나도 잠깐 놀랐다. 임준혁과 동산고 시절 배터리였다는 얘기에.
KIA에 84년생들이 없다고 했더니 “준혁이 있잖아요. 동산고서 배터리했는데!”
친구.. 라고? 임준혁은 군대 가기 전부터 봐서 그런지 여전히 음 그게 어리게 보이고.. 음 그러는데. 송은범과 임준혁이라니.
입컨디션 좋은 날 송은범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도 거의 기자회견 분위기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던 송은범. 물론 얼굴 근육도 쉬지 않는다. 다양한 표정의 송은범.
멀리 외야에서 오는 임준섭의 표정은 승리가 날아갔을 때와 같은 고통이.
오른쪽 어깨에는 아이스박스를 메고 왼팔로는 연습구가 든 박스를 끼고. 한 손으로는 글러브와 스파이크를 들고.
보통 아이스박스와 공은 분담해서 챙기곤 하는데 오늘은 임준섭이 막내다.
그나마 막내 역할 하던 한승혁·김지훈·박준표는 없고, 다시 또 막내로 돌아간 심동섭은 훈련이 일찍 끝났고.
힘겹게 덕아웃까지 들어는 왔는데 하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송은범 앞에서 요란하게 박스를 떨어트렸다.
“기자들 보는 앞에서 의도적으로 엎은 거냐. 힘들다고 시위를 하는 거냐. 라커룸에서 벌서고 있어라” 등등.
송은범의 얘기에 “아닙니다. 힘들지 않습니다”며 주섬주섬 공을 담아 사라진 임준섭.
제일 잘 나가고 있는 임준섭 아니냐면서 기자들은 웃음이 터졌다.
요즘 기상청 홈페이지 클릭수가 많이 늘었을 것이다. 야구팬들과 기자들. 그리고 선수들.
단순한 일기예보만 보면 안 된다면서 직접 구름 영상을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자 이렇게 구름이 이동하고 있으니까 몇 시쯤 비가 쏟아집니다라고 설명을 하는 선수들이다.
월요일 훈련을 앞두고 비가 내렸다.
훈련을 위해 우르르 몰려나오던 선수들 하늘을 보더니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이대형이 손톱만 한 구름떼가 지금 광주에 들어왔기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이다고 하자. 김태영은 아예 구름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지금 구름이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큰 비구름떼라서 오늘 경기하기 어렵다”고 설명.
최영필은 “경기 해브러야하는데”
누구의 손일까요?는 이대진 코치의 손.
손을 들어보이는 이대진 코치. 팔찌 자랑이다. ㅎ
아들 둘에 예쁜 막내딸까지 세 아이의 아버지. 자고 있는데 큰 아들이 와서 손에 팔찌를 끼워주더란다.
“아빠 죽을 때까지 차고 있어”라는 말과 함께. ㅎ
이 꼬맹이 의지가 강하다. 아빠 죽으면 무덤에도 넣을 거라고 말했다면서 웃던 이대진 코치.
팔찌 자랑하면서 이대진 코치도 웃고, 나도 웃고.
내일은........ 중부 지방에 비가 온다는데..
그리고 내일부터 광주에서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가 열립니다.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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