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이거즈

꾸준함에 대하여 (feat 최형우 박찬호)

by 2021S 2020. 6. 18.

 

‘꾸준함’.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꾸준함은 인내의 다른 말이지만, 여기엔 ‘잘함’이라는 요소도 있어야 한다. 
인내로, 노력만으로 프로무대에서 꾸준할 수는 없다. 잘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꾸준하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기도 한, 아무튼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꾸준함’. 단어 자체의 무게보다는 무거운 ‘꾸준함’. 


그래서 꾸준함의 대명사 최형우는 대단한 선수다. 
꾸준하게 한다는 것. 노력과 실력으로 이뤘다. 아프지 않게 애를 쓰고 있고, 웬만하면 아프다고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그게 후배들에게는 놀라움이자 배움이 됐다. 후배들은 “천하의 최형우가??”이런 시선으로 본다. 잠시 방심해도 될 것 같고, 아프다고 쉬어가도 될 것 같은데. 그런 게 없다. 결과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고. 
욕심과 뚝심이 더해진 실력. 


16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가장 지저분한(?) 최형우를 만났던 것 같다. 
최형우를 보고 내뱉은 첫 마디가 “온몸으로 다 뛰셨네요... 유니폼이..”였다. 
최형우도 “10년 만에 더러워진 것 같네요”라면서 웃었다. 


간절함이 담긴 유니폼이었다. 잘해도 못해도 무덤덤한 선수인데. 이날 최형우의 표정에는 “나 행복해요”가 담겨있었다. 
“강팀을 이겨서 좋다. 세다고 느낀 상대였는데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정말 좋아했다. 
이기고 싶은 상대, 이길 수 있는 안타를 만들어서 더 기분이 좋았던 최형우. 


꾸준함으로 자리를 지켜온 최형우지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아무래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약점’에 신경을 썼다. 약점에 대처하면서 더 잘하려고 했는데 최형우의 결론은 ‘실패’. 그래서 얻은 또 다른 결론은 “하던 대로 내 장점에 집중해서 한다”. 

“시즌 초반에 뭔가 잘못 생각했다. 다른 쪽으로 의식 많이 했다. 약점 파고드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 그걸 너무 의식해서 쉽게 생각했다. 내가 원래 안 좋았던 게 나왔다. 내 약점을 공략하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해볼까 하다가 말렸다. 그전에는 약점 들어오더라도 그쪽으로 계속 들어오는 피처가 몇 안 되니까, 몰리기도 하니까 와라 그냥 내 스타일대로 한다 그렇게 야구를 해왔는데. 조금씩 변화를 줘볼까? 이거 한번 해볼까? 혼자 해본 거예요. 그러다가 폼이 확 무너졌어요. 약점에 와서 당하더라고 나는 내 강점으로 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약점은?????????? 
“은퇴하는 날 말할게요.”



이날 박찬호가 마침내 진루타도 치고 안타도 쳤다. 베이스를 밟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는 박찬호.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그런 박찬호에 대해 아주 단호하게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꾸준함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배우고 있는 박찬호. 


박찬호도 더 잘해보려는 욕심에 시도한 것들이 실패했다. 
박찬호는 ‘땅볼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땅볼을 치지 않기 위해 변화구에 대처하려고 스윙을 길게 가져갔다. 초반에는 “어 잘 되네?”이런 생각이었는 한번 꼬인 뒤로는 답을 찾지 못했다. 


인천 원정 때 윌리엄스 감독과 특별 훈련을 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게. 지난해 메커니즘과 같은 부분이라서 박찬호는 그 부분을 받아들여서 다시 변화를 주고 있다. 


사실 지난해와 달라진 지금 자리가 오히려 박찬호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못하면 내려가겠지. 에이 뭐 있어”이런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한 부분이었는데. 
못 해도 어떻게든 이곳에서 대수비, 대주자라도 역할을 해야한다는 부분이 박찬호에게는 부담이 됐다.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처음 느껴보는 부담감에 고전했다. 

경기 끝나고 지금은 선수들 다 만날 수 없으니 수훈 선수 1명만 단상 인터뷰. 다른 선수는 홍보팀이 멘트를 듣고 알려준다.  “눈물이 핑 돌았다”는 멘트를 전해 듣고. 전화로  “우셨어요?”라면서 놀렸다. 

그동안에는 부진해도 너무 부진하니까 농담도 조심스러웠다. 
박찬호는 핑 돌기만 했지 울지는 않았다고 했다. “눈물이 흘러야 우는 거지. 그리고 남자는 울지 않아요 눈물을 흘리는 거지”라는 뭔가 그럴 듯하면서도 이상한 말도 했다. 


감독님의 믿음과 선배들의 응원. 그리고 또 하나 박찬호를 감동하게 한 마음이 있었다. 
16일 경기를 하다가 외야를 봤는데 자신의 유니폼이 걸려있었다. 
박찬호가 군대 가기 전에 사용했던 46번, 지난 시즌 4번 그리고 새로 바꾼 25번. 자신의 유니폼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박찬호가 정신이 확 들었단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이렇게 응원을 보내주고 믿어주는 팬이 있는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의자도 없는 곳에 서서 멀리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마음에 뭉클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동건이 형에게 부탁했다. 
박찬호는 그대로 경기 때 입고 있던 유니폼을 벗어서 팬분에게 선물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프로 선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밤. 


어제 경기에서는 팀을 들었다 놓았다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 욕심도 많은 선수. 그래서 실수할 때, 잘 안 될 때 나오는 그 표정을 보면 웃음이 난다. 어떤 생각을 하는 줄 알기 때문에. 그런데 욕심만으로, 근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열정과 냉정 사이, 그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게 진짜 프로다. 


‘꾸준함’,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덕목. 
인생에서도 꾸준함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성공으로 가는 바탕인 것 같다. 

 

 

믿음으로 자라는 ‘박찬호 야구’

‘믿음’이 KIA 타이거즈 박찬호를 깨웠다.박찬호는 지난 시즌 KIA의 ‘깜짝 스타’였다. 타고난 수비에 달라진 공격력까지 더해 KIA 내야 한 자리를 차지했고, 대선배 이범호의 25번까지 물려받았

kwangju.co.kr

728x90
반응형

'타이거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드하지 않았던 올드유니폼  (0) 2020.06.26
오늘도 맑음 (feat 터커, 윌리엄스 감독)  (0) 2020.06.20
처음  (2) 2020.06.05
윌리엄스 감독은 즐겁다  (0) 2020.06.04
3인 3색 3연승  (0) 20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