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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불현듯 찾아온 날

by 2021S 2020. 7. 10.

 

2018년 7월 21일 LG전. 

그리고 팀을 바꾼 2020년 7월 9일 홍상삼이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1군에만 있는 게 목표였다던 홍상삼. 

폭투고 있고, 볼넷도 있지만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다. 

어느 상황에서 언제 나갈지 모르는 필승조+추격조, 전천후 투수. 오히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집중이 잘 된다고. 

새로운 동료들이자 후배들에게 배울 게 정말 많다던 홍상삼. 편하게 야구하는 게 눈에 보인다. 

홈런을 맞든 폭투를 하든 상관없으니 마음껏 던지라는 감독과 코치의 주문이 홍상삼을 춤추게 하고 있다. 

"기분이 좋은데 던지고 있거나 그럴 때 승이라는 생각을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어요. 끝나고 나서 승리에 대한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물론 던질 때 위태위태한데(웃음) 뒤에서 준표가 잘 막아주고 그래서 올라갔을 때도 뒤에 준표가 있으니까 믿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마침 이때 박준표가 수훈선수 시상이 끝나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뒤에서 버텨줘서 든든했다고 한다"며 말을 전해줬더니. 박준표가 "상삼이 형이 나 안 믿는데"라고 말해 홍상삼의 웃음이 터졌다. 

더 큰 욕심 없이 지금처럼 하는 게 목표라는 홍상삼.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김기자 : 최근 무실점 행진 중이고 폭투를 하든 볼넷을 내주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홍상삼 : 운이 계속 좋은 것 같아요 지금. 운이 이제는 실력이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야죠. 

홍삼호박

 

홍상삼 승리를 도운 또 다른 인물. 홈런치고 2루타도 치고, 3안타도 만든 박찬호. 

화요일 훈련 시간에 박찬호가 눈에 들어왔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뭔가 물어보고 답을 듣고 있던 박찬호. 그런데 옆에 통역이 없었다. 

감독 인터뷰 시간에 "박찬호가 수비적인 질문을 하는 것 같던데. 어떤 질문을 했는지?"라는 질문을 했다. 

이때 통역의 머리 위로 물음표 몇 개가 떠 있는 느낌이었다. ㅎ 

 감독님과 실과 바늘이자, 입과 귀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선수들과 거의 모든 대화를 통역하는데.. 이 대화는 통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찬호의 질문은 = 유격수 오른쪽으로 공이 왔을 때 백핸드로 바로 점프 송구하는 게 타이밍상 빠른지 아니면 정자세로 잡은 뒤 멈춰서 던지는 게 빠른지. 

감독님의 대답은 = 포구하는 각이나 여러 상황이 다를 수 있어서 그 부분을 이야기해줬고, 결론적으로 선수가 편한 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이야기해줬다. 

나중에 펑고 받으면서 몇 번 실수를 하고는 시무룩하게 들어온 박찬호.

몸짓으로 릴랙스를 이야기해주니 씩 웃으면서 들어갔다. 어제 그렇게 못하더니 오늘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어제의 역적이 오늘의 영웅이 되고,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원수가 될 수 있는 곳.  그라운드는 오늘도 평온하다. 

 

나지완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화요일에 안 하던 수비까지 다 하려니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행복해"라던 나지완. 자신이 속한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 사람들은 힘을 얻는다. 그게 행복이다. 

작년과 달리 상대 투수가 까다로워하는 것도 느껴진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수요일 훈련 시간에 한숨을 쉬었다. 이상하게 나지완 타석 때 상대들의 호수비쇼가 펼쳐지고 있다. 아쉬워하면서도 볼넷으로 출루해서 다행이라던 나지완. 이러다가 한 번에 터지겠지라면서 수비훈련 하러 나갔는데. 

만루홈런으로 터트렸다. 연속 고의 사구 뒤 나지완의 타석. 비장한 표정으로 담장을 넘기고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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