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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K리그)

뭐라도 쓰자... 비도 오는데 (광주FC 주영재와 이정효 감독)

by 2021S 2023. 7. 17.

K리그1 7경기 만에 데뷔골을 기록한 광주FC 주영재.

그라운드의 시간은 빠르다. 2월에 글을 쓰고 안 썼다. 바쁘게 살다 보니 벌써 또 이렇게 여름이다. 야구는 올스타브레이크, 축구도 23라운드 일정을 소화했다. 

나라는 어수선하다. 이게 나라냐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틈이 보인다. 미치게 내리는 비에 곳곳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들리고. 

그래서 뉴스를 보지 않고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만 보고, 그 안에 담긴 사연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비가 그치고 나면 더위가 오고, 이 여름은 참 잔인할 것 같다. 

비를 뚫고 엊그제 축구장에 갔다. K리그1 광주FC vs 대구FC. 비가 너무 와서 토요일이라서 모처럼 기자석이 한가했다. 

2851명. 지붕도 없는 열악한 경기장에. 이름은 축구전용구장이라고 해놨지만 전용 연습장 같은 경기장에 3000명 가까운 팬들이 왔다. 대구에서도 많은 팬들이 왔다. 

쏟아지는 비에도, 비옷을 입고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실내 기자석은 아니지만 비는 피할 수 있는 자리에서. 관중석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저 팬들 존경한다. 그들의 열정이 가끔은 부러울 때가 있고.

그리고 정말 확실히 광주의 축구팬이 많이 늘었다. 이정효호의 축구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창단 첫해부터 광주FC를 취재했다. 광주의 전력을 제대로 보여준 시즌들도 있고, 우승도 했다. 

그런데 그때보던 것과는 또 다르다. 나도 올해 축구를 다시 보고 있다. 다시 배우고도 있다. 

선수들도 인정한 지도자. 

강원-제주를 찍고 광주로 돌아와서 주영재가 첫 골을 넣었다. 3년 차 7경기 만에 기록된 데뷔골. 

본인은 골대도 안 보고 에라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슈팅을 날렸다고 했다. 패스를 해준 허율에게 다시 공을 넘겨줄까도 생각했는데 뺏길 것 같아서 그냥 슈팅을 시도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영상을 찾아봤다. 찰나다. 그 순간에 그걸 다 생각했다고??????

아무튼 시원하게, 짜릿하게 골대 모서리를 파고든 골. 

세리머니는 기억하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 안 들고 그냥 좋았다. 그냥 뛰었다고 했다. 그래서 뛰어간 곳이 벤치, 이정효 감독이었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보이는데. 그래서 광주라는 팀을 또 다른 팀으로 만들어가는 게 보이는데. 늘 이정효 감독은 배가 고프다. 더 할 수 있는데, 하겠다는데...  

하지만 인프라가 좋지 않다. 이건 나중에 또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지도자들이 고생하겠다고 하는데, 나서서 선수들 키우고 훈련 돕겠다고 하는데. 그럴 공간이 부족하다. 

요즘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서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된다. 

정말 조직을 위해 팀을 위해 달리는 이들. 그들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그런 곳이 많으면 좋겠다. 이정효 감독은 그래서 귀한 사람이다.  광주에는 과분한 감독이기도 하고. 이정효 감독 이후를 벌써 걱정하게 된다. 

데뷔골을 기록한 날인데 너무 아쉽다던 주영재. 더 잘해야 했다는 주영재. 그전 경기보다는 더 좋은 모습 보이는 게 목표라는 주영재.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 목표하는 또 다른 지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경기에서도 수집된 찢어진 유니폼. 허율과 정호연의 유니폼이 저리 돌아왔다. 유니폼이 이렇게 잘 찢어지나요? (아님). 시즌 끝나고 찢어진 유니폼 컬렉션 진행하기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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