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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기회, 한번은 온다

by 2021S 2023. 9. 16.

삼세번이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취재를 하면서 '한번'이라는 단어가 몇 차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경쟁의 무대. 매일이 경쟁인 곳. 

엊그제 2024 신인드래프트가 진행됐다. 

고교 졸업 예정자 782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96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5명 등 총 1083명이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이름이 불린 선수는 110명. 육성 선수로도 프로 도전에 나서는 이들도 있기는 할 것이지만. 일단 경쟁이 치열하다. 

다음 기회도 쉽지 않다. 얼리드래프트 도입되면서 대학에서도 두 번의 도전 기회는 생기기는 했지만.

송원대에서 3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최강야구를 통해서 커브로 유명세를 탄 정현수는 롯데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정현수의 지명은 예정됐던 일이고, 언제 어느 팀이 이름을 부르느냐가 관심사였다.

그리고 투수 김성경과 윤성보도 삼성과 SSG의 선택을 받았다. 

대학 야구 위기 속, 지역 대학에서 한 번에 3명의 선수가 지명을 받다니. 송원대 고천주 감독과 통화를 했는데... 사령탑은 마음은 좋으면서도 좋지 않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고. 송원대를 대표하면서 뛰게 될 세 명의 제자. 하지만 끝내 이름이 불리지 못한 4학년 제자들이 더 크게 보인다.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오로지 야구만을 보고 달렸던 제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리 없다. 

아마 드래프트날 전국의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마음은 비슷했을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시간.

그렇게 바늘 구멍을 뚫고 프로에 와도 또 다른 구멍을 뚫어야 한다.

“프로에서 10년 이상 뛴 선수들은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 존중해줘야 한다. 젊은 선수들은 10년의 경험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노력하라”

김기태 감독이 자주 하던 이야기다. 

10년 이상을 뛰고 있는 선수가 있다? 말이 10년이지 쉽지 않다.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는 선수가 더 많다. 2~3년 뜨거운 이름이 됐다가 조용히 잊히는 이들도 많다. 

새로운 선수들이 왔으니, 누군가는 떠날 것이다. 단 1경기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인생 전체로는 삼세번일지 몰라도, 매일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프로야구 그라운드는 '한번'일지 모른다.

지난번에도 오선우 이야기를 쓰면서 "두 번은 안 올 것 같다. 한 번은 올 것이다"며 그 한 번, 한 순간을 기다렸다고 했는데.

이정훈도 그 이야기를 했다.

13, 14일 챔피언스필드에서 롯데와의 경기가 예정되면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정훈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오선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정훈.

방망이는 누구나 알아주던 두 사람. 하지만 수비에서는 아쉬움이 있던 두 선수다.

프로에서 생존법을 따졌을 때 극단적인 수비툴, 공격툴을 가진 선수라면 아마 수비툴을 가진 선수의 생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방망이로 이겨내려면, 자리를 잡으려면 정말 팀에서도 손에 꼽는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

그래서 더 치열했을 경쟁, 어찌 됐든 두 선수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면서 기회를 잡았다.

한번의 기회를 이야기했던 오선우. 이정훈도 오선우에게 "한번은 온다. 그때 후회 없이 하고 가라" 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오선우의 한번은 강렬했다. 대수비로만 4경기 5경기 만에 얻은 2년 만의 첫 타석에서 밀어서 홈런을 날렸다.

이정훈도 오선우의 홈런을 보면서 자신을 떠올렸다. KIA를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던 이정훈. 7월 12일 롯데 선수로서의 첫 타석에서 역시 담장을 넘겼다.

한번을 놓치지 않은 두 사람.  그 시간이 강렬했기 때문에 이후 부침의 시간은 있었다. 기대감이 커진 만큼 생각도 많아졌고, 오선우는 안타보다 훨씬 많은 삼진을 남겼다.

마음을 비우고 준비한 대로 해보자고 다짐했던 순간 오선우는 다시 담장을 넘겼다. 삼성과의 홈런 전쟁에서 9-9 동점을 만들었던 홈런. 끝내 승리는 지켜보지 못했지만 오선우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시즌이 끝나간다. KIA는 비 때문에 시즌이 강제로 연장되고 있지만. 

뜨겁게 달렸던 사람들, 많은 이들에게는 걱정의 시간이다. 화려한 무대지만 정작 내일 걱정 없는 화려한 주인공은 많지 않다. 다음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즌이 끝난 후를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프로의 꿈만 꾸던 많은 이들에게도 9월은 힘든 시간일 것이다.

잔인한 곳이다.

시즌이 끝나간다는 건, 기회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번을 위해 기다렸던 이들에게 한번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가을은 간절함의 시간이다. 이 간절함을 안고 매 시즌,  매일, 매 경기를 대했으면. 

 

‘눈물의 첫 타석 첫 홈런’ KIA 오선우·롯데 이정훈의 특별했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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